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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1
몬스테라 잎에 맺힌 물방울 2026.02.19.
아침에 화분을 들여다보다가, 잎 끝에 투명한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린 걸 본 적 있나요?
며칠 전, 저희 한의원 대기실에 있는 몬스테라 잎에 물방울이 맺혔습니다. 가끔 아침에 출근하면 보이곤 했는데요. 이 물방울이 어떻게 맺힌 걸까요? 대부분은 “이슬 맺혔네!”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 물방울은 공기에서 내려앉은 이슬이 아니라 식물이 스스로 뿜어낸 물일 수도 있습니다. 이름도 꽤 드라마틱한 '일액현상(guttation)' — 말 그대로 “식물의 눈물” 같은 현상이죠. 이번 글은 일액현상과 『동의보감』에 실린 추로수(秋露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온갖 풀잎의 끄트머리에 있는 이슬은 온갖 병을 낫게 한다.
『동의보감』에서 약재와 음식에 대해 설명한 「탕액편」의 첫 카테고리는 34가지 '물'에 관한 것입니다. 여러가지 물 중에 '추로수(秋露水)'라는 물이 있는데, 이것은 가을 이슬을 말합니다. 허준 선생님은 추로수에 대해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소갈을 멎게 한다. 몸을 가볍게 하고 배고프지 않게 하며 피부를 윤기 나게 한다. 아침 이슬이 마르지 않은 때에 떨어서 받아 쓴다.'라고 하였습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가을 이슬이 뭐길래 소갈을 멎게 하고 피부를 윤기 나게 하는 효능이 있을까요? 이것은 일액현상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슬 vs 일액: 둘 다 물방울인데 뭐가 다를까요?
이슬은 공기 중 수증기가 차가운 표면에서 응결해서 생긴 물방울입니다. 잎뿐 아니라 자동차, 창문 등에도 맺히죠.
반면 일액현상은 식물 잎의 끝이나 가장자리에 있는 배수조를 통해 물방울이 배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이슬과는 반대로 생기는 것입니다.
식물의 잎 끝에는 아주 작은 배관 출구가 있는데 바로 '배수조(hydathode. 수공(水孔)이라고도 함)'입니다. 일종의 미니 수도꼭지라고나 할까요. 이 배수조를 현미경으로 봤더니 구멍은 기공처럼 보이지만, 기공처럼 “열고 닫는 문”이라기보다 늘 열려 있는 출구에 가깝다고 합니다. 내부에는 epithem(느슨한 세포 조직)과 자일렘 말단이 이어져 있어서, 물이 비교적 “저항이 적은 길”로 빠져나오기 좋고, 특히 단자엽(벼·옥수수 같은)에서는 잎끝 배수조 구조가 꽤 잘 정리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 자일렘이 바깥과 더 가깝게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32566)
Anatomy of leaf apical hydathodes in four monocotyledon plants of economic and academic relevanceHydathode is a plant organ responsible for guttation in vascular plants, i.e. the release of droplets at leaf margin or surface. Because this organ connects the plant vasculature to the external environment, it is also a known entry site for several vascular pathogens. In this study, we present a de...journals.plos.org왜 밤이나 새벽에 생길까요? 핵심은 뿌리압(Root pressure)
낮에는 잎의 기공이 열려서 물이 증발합니다(증산작용). 그런데 밤이 되면 기공이 닫히고, 습도가 높으면 증산이 잘 안됩니다. 뿌리는 밤에도 물을 빨아올릴 수 있기에 토양에 물이 넉넉하면 뿌리는 삼투압으로 계속 물을 흡수하고, 그 힘이 뿌리압이 되어 물을 위로 밀어 올립니다. 낮엔 증산이 물길을 끌어당기는 것이라면, 밤엔 뿌리압이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것입니다. 그 압력이 잎 끝까지 전달되면, 가장 “빠져나오기 쉬운 출구”인 배수조에서 물이 방울로 툭— 하고 나오는 겁니다.
(참고: 『식물생리학』 Lincoln Taiz 저 / 전방욱, 문병용 공역 | 라이프사이언스/ 2013)
그 물방울, 그냥 물이 아닙니다. 그 물방울 안에 뭐가 들어 있을까요?
일액은 “식물의 체액” 쪽에 더 가깝습니다. 식물의 속을 타고 올라온 물이니, 아주 미량이지만 이것저것 섞여 나옵니다. 대표적으로는 당(포도당 등), 아미노산(아스파르트산/아스파라긴 등), 무기이온(칼륨·나트륨·칼슘 등) 같은 성분들이 들어 있습니다. 실제로 호밀·밀·보리의 일액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당과 아미노산, 무기원소 조성 차이까지 보고합니다. 그래서 물방울이 마른 뒤, 잎 끝에 하얀 가루나 테두리가 남게 됩니다. 이것은 그냥 물이 아니라 용질(미네랄 등)이 남은 흔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참고: Goatley, J. L., & Lewis, R. W. (1966). Composition of Guttation Fluid from Rye, Wheat, and Barley. Plant Physiology. (일액의 화학적 구성 분석))
집에서 보는 일액현상: “우리 집 몬스테라가 왜 이렇게 울지?”
실내 식물에서 일액을 자주 보면 대개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토양 수분이 충분하거나 과한 편이다.
밤에 습도가 높고(환기 적음), 낮에도 증산이 크지 않다.
그래서 식물이 '물길 압력'을 빼내려고 잎 끝에서 방울을 만든다
즉, 식물이 말하는 걸로 번역하면
지금 물이 많아! 몸속 압력 좀 빼고 갈게!
그래서 일액이 자주 보이면 물주기 간격을 살짝 늘리거나, 밤에 환기를 조금 해주면(습도 낮추기)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잎의 배수조는 외부와 내부가 맞닿는 통로라서, 일부 병원균에게는 입구가 되기도 합니다. 식물병리 쪽 리뷰들은 배수조를 관다발 병원균 침입과 면역의 최전선으로 다룹니다. 그러니 잎끝이 늘 젖어 있고 잎 색깔이 변한 부분이 생기는 식물이라면, 방울이 맺혔을 때 가볍게 털거나 닦아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추로수는 가을에 식물잎에 생긴 이슬을 말합니다. 그 시대의 '이슬'은 오늘날 과학이 구분하는 '이슬(응결수)'과 '일액(식물 체액 배출)'을 엄밀히 나누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풀잎 끄트머리' '꽃 위' 같은 표현은, 우리가 지금 보는 일액현상과 겹치는 장면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현대 관점에서 보면, 잎 끝 물방울은 아주 미량이지만 당·아미노산·미네랄이 섞여 있을 수 있고, 반대로 미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되거나, 재배 환경에 따라 농약이나 먼지가 섞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동의보감』 기록은 '옛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해석했는가'라는 문화사적으로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 효능을 오늘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내일 아침, 화분을 볼 때 잎끝 물방울을 그냥 '이슬'로 넘기지 말고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식물이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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